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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내는 복돼지! 남편은 금돼지? - 이은집 소설가의 <콩트극장> 부부찬가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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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9 15:22 8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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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 “에! 가만 있자! 오늘은 워디루 갈까잉? 산으루...? 바다루..? 아님 들판으루 가야 허나잉?”

해설 : 정신없이 달려온 2018년의 마지막 남은 12월 달력을 떼어내고서 2019년의 새 달력으로 갈아 걸던 마누라가 혼잣말처럼 중얼이는 말이었다.

남편 : “뭐여? 뜬금없이 웬 산이니, 바다니, 들판으루 간다구 그려?”

해설 : 이에 내가 의아하여 묻자 마누라라는 한숨까지 푸욱 내쉬면서 이렇게 하소연을 해왔던 것이다.

아내 : “휴우! 그건 나두 묻구 싶은 말유. 요즘 당신이 하두 입이 짧어졌응께 산나물반찬을 헐까? 해산물인 생선반찬을 헐까? 아님 들판에서 풀 뜯어 먹구 자란 짐승괴기를 사다가 반찬을 헐까 ? 하두 고민이 돼서 그러잖어유?”

남편 : “아하! 그런 거라면 걱정 말어! 뭘 사다가 해줘두 그 맛이 그 맛인께 아무반찬이나 해달라구...!”

아내 : “아유! 요즘 방송에서두 하두 먹방이 요란을 떨어서 자꾸 보게 되지만 막상 찬거리를 사러 가보면 영 마땅헌게 없어서 그러잖유?”

남편 : “음! 그럼 내가 하나 정해 줄까?”

아내 : “아이고! 그럼 감지덕지쥬! 그래 뭐가 먹구 싶은듀?”

해설 : 그순간 나는 몸이 늙어 기름기가 적어진 탓인지 추위를 잘 타고 또 기운도 시원찮아 이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남편 : “에... 가끔 나가서 식사를 사먹다가 보면 김치찌게에 들어간 돼지비게가 맛이 괘찮테!”

아내 : “아이구! 그류? 그럼 영등포 재래시장에 가서 돼지비게괴기를 사다가 김치찌게 말구 무시레기국을 한번 끓이면 워떻컸슈?”

남편 : “오! 그것 참 좋지! 옛날 시골 고향에서 살 때 엄니가 열두 식구에 돼지괴기 한 근 사오면 가마솥에 무시레기 잔뜩 넣구  군댓말루 <돼지도강탕> 같은 돼지고깃국을 끓여주면 그렇게 맛이 종았다구!”

해설 : 하지만 그때 명절에나 겨우 고깃국 맛을 보다가 모처럼 뱃속에 기름기 넘치는 돼지고깃국을 먹으면 꼭 설사가 나서 바지에 물똥을 질금거렸던 추억이 떠올랐다.

어머니 : “에이그! 은집아! 너 또 바지에 지렸구나! 아이구 ! 냄새야!”

해설 : 그러면 어머니는 꼭 큰소리로 이렇게 외쳐서 나에게 망신을 주었으니...! 하지만 그래도 우리 형제자매들은 무시레기돼지고깃국에 숨어 있는 고깃점을 찾느라 국 건더기를 휘저었던 것이다.

어머니 : “아따! 얘들아! 그냥 밥 푹 떠서 말어 먹잖구 뭘 그리 복 달어나게 헛숟갈질인겨?”

남편 : “에잉! 엄니! 내 시레기국엔 돼지괴기가 한 점두 안 뜬게 그러쥬?”

어머니 : “얼래? 게우 돼지고기 한 근 갖구 가마솥에 풀었는디 웬 괴기 타령이냐?”

남편 : “야! 참말루 말만 돼지괴기국이지 헛탕국이네유!”

해설 : 암튼 내가 어렸던 그 시절엔 이런 돼지고기국이라도 냄새를 맡아보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하지만 우리집에서 어쩌다가 봄에 돼지새끼를 읍내장에서 사다가 키워서 추석명절에 도축했을 때는 경우가 달랐던 것이다.

아버지 : “어이! 동네사람들! 나좀 봐유들! 이번 추석에 우리집 돼지를 잡어 갑오시키(서로 골고루 분배함)를 헐라는디 맘에 있으시면 미리 신청들 허세유!”

해설 : 이럴 때에는 돼지살코기 뿐만 아니라 돼지뼈나 내장까지 골고루 나누게 되어 그야말로 온동네가 돼지 냄새가 날 정도로 푸짐한 돼지고기 잔치가 벌어지는 것이었다.

아버지 : “근디 돼지괴기 중에 그건 워디루 갔디야? 한여름 삼복에 개를 잡을 땐 낭심이 최고잖여? 근디 여기 돼지 고것은 누가 가져갔는가 말여?”

해설 : 이윽고 이런 내 고향 청양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겼을 때 마누라가 한마디 건네왔다.

아내 : “여보! 글구 본께 바루 새해가 돼지해네유!”

남편 : “어엉? 기해년인께 돼지해지! 그것두 황금돼지띠 해라는구먼!”

아내 : “호오! 그류? 그렇다면 세상의 아내들은 평생 동안 집안살림을 잘했으니 복돼지구유! 남편들은 평생을 돈벌어다가 마누라에게 바쳤으니 금돼지인 셈이네유? 안 그류? 호호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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