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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현대시조의 맛과 멋 - 이광녕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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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9 15:27 5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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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재에 머물다

- 김토배


계곡이 짙게 물든 가을을 굽어보며

한 십년 산 속 어디 바람에 씻고 나면

뱃속의 오장육부가 훤하게 보일 게다.


소지로 피어오를 날아 갈듯 남은 생을

재를 넘는 햇살 아래 가쁜 숨 쉬는 오후

흰 도포 안개 한 자락 신무산을 오른다





◆ 시평(詩評)

 

‘수분재’와 ‘신무산’은 전북 장수군의 고개 이름과 산 이름이다.

이 글을 읽으면 마치 한 폭의 신선도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산행하면서 느껴지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산인(山人), 더 나아가서는 신선다운 모습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도교적인 분위기에 젖어들게 한다.

예부터 선비는 세속적 현실을 초월하여 자연에 동화되기를 즐기며, 안분지족한 가운데 유유자적하기를 좋아했다. 이 글에서 세속의 때를 다 씻어버리고 마음을 비운 작가의 모습은 제1수의 종장에 드러나 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오랜 산행의 수행 끝에 산속의 청풍에 씻고 나면 ‘뱃속의 오장육부까지 다 훤하게 보인다’라고 하였으니, 재를 넘는 산행길이 그 얼마나 속 시원하고 맑았었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제 2수에서는 제1수의 탈속(脫俗)의 경지를 이어받아 인생의 남은 여정에도 선비답게 도인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화자의 처세관이 나타나 있다.

이 글은 산행이라는 평범한 체험을 바탕으로 하였지만, 현대인의 조급증과 불안감을 의식하면서 삶의 여유와 선비정신을 찾아가도록 일깨워 주는 낭만적이고 멋스러운 시조이다.


- 이광녕 문학박사·문예창작 지도교수·(사)한국시조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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