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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성배의 종소리 동화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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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9 15:34 3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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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뭉치 미움뭉치 



방학이었지만 특별히 학교에 모이기로 한 날, 운동장은 온통 하얀 눈이었다. 운동장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들은 소리를 치며 눈을 뭉쳐 아무에게나 던지고, 눈 위를 구르기도 했다.

“와!”

남자들은 여자들을 포위하고 눈덩이를 마구 던졌다.

“선생님!”

여자 아이들이 계단을 내려오는 선생님을 보고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남자 아이들이 선생님을 향해 눈덩이를 던졌다.

“와!”

선생님은 눈덩이를 피해 운동장을 달려 다니며 얼른 눈을 뭉쳐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여기 있어요.”

여자 이이들이 눈을 뭉쳐서 선생님에게 가져다주었다.

“좋아, 이렇게 갸륵한 백성이 있는 한 행주산성을 뺏길 수는 없지.”

선생님은 권율 장군이 된 기분으로 운동장을 달려다니며 눈싸움을 했다. 선생님도 우리들도 차가운 눈을 뒤집어썼지만 모두 신이 나 있었다. 순간 여자 아이들이 주는 눈덩이를 받던 선생님이 갑자기 얼굴을 감싸고 엎드렸다.

“그만 해! 선생님 피 나”

여자 아이 몇이 소리쳤다. 남자 아이들은 슬그머니 들었던 눈덩이를 놓았다. 선생님 코에서 빨간 피가 한얀 눈 위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누가 반칙을 했어.”

“돌을 던진 모양이야.”

여자 아이들이 주위에 흩어진 눈덩이들을 살피며 소란을 떨었다.

“반칙은 아닌데 정말 단단히 뭉쳤구나. 이건 눈뭉치가 아니라 미움 뭉치로구나”

선생님은 발밑에서 돌처럼 단단히 뭉쳐진 눈덩이를 우리들에게 들어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양호실로 향했다.

우리들의 눈싸움은 이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에이, 한참 신나는 판인데......”

아이들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돌처럼 단단히 뭉친 눈덩이를 던진 아이를 원망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나는 뒤처져서 천천히 걸었다. 양호실 창문을 흘끔거리며 2층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솜으로 한 쪽 코를 막은 우리 담임선생님이었다. 나는 정신이 나가 있다가 들어온 사람처럼 움칠했다.

“숙제 정성껏 안 했다고 야단치고, 교실에서 야구했다고 혼내고 정말 선생님이 밉지?”

“선생님, 죄송합니다!”

나는 그만 선생님 바짓가랑이를 잡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래도 네 미움이 돌덩이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이니? 눈덩이는 햇빛만 나면 녹아 버리거든.”

선생님이 나를 번쩍 안고 계단을 올라갔다.

“선생님!”

나는 누가 볼까봐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난 내가 이 지구에서 사는 동안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선생님이 나를 안고 몇 계단을 오른 순간의 미안함과 행복과 쑥스러움과 뿌듯함이 섞인 묘한 기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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