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신문

사색담론

[박성배의 종소리 동화] 바다와 바람과 상상력

회원사진
한국문학신문
2020.05.01 13:06 51 0

본문

바다와 바람과 상상력

 

                                                                 b644519ed914f414a9714892e1b6b864_1584754784_5184.jpg 

 

                                                                       박성배

                              (아동문학가·한국문인협회 前부이사장)



세상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세상은 아주 고요했습니다. 다른 생물보다 먼저 만들어진 바다는 학교 운동장만했고, 바람은 작은 숲속을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바다와 바람이 빨리 자라야 지구가 활기 찰 텐데.”

“쯧쯧, 모험심이 없고 힘도 너무 약해.”

신들은 실망이 컸습니다.

어느 날 신들은 바다와 바람에게 지구 전체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지구를 너희 둘이 나눠 가져라.”

“와! 그럼 내가 왕이 되는 거네요?”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며 좋아했습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왜 네가 왕이 돼?”    

바람과 바다는 생겨나서 처음으로 서로 눈을 흘겼습니다. 보고 있던 신들은 몰래 웃음을 지었습니다.

“너희 둘이 씨름을 해서 이긴 쪽이 이만큼 차지하는 거다.”

신들은 지금의 바다보다 몇 배나 넒은 땅에 금을 그었습니다. 바다와 바람은 순식간에 맞붙어 씨름을 시작했습니다. 둘이는 밀고 밀리고를 반복하다가 밤이 되어 지쳐 쓰러졌습니다.

“무승부다. 너희 둘에게 이 땅을 둘로 나눠 주겠다.”

신들은 다시 더 많은 새로운 땅에 금을 그었습니다.

“이번에 이긴 쪽이 가져갈 땅이다.”

바다와 바람은 다시 씨름을 시작했습니다.

“쏴아아악 철퍼덕!”

“솨아아아 철퍼덕!”

땅이 조금씩 넓어지기 시작한 바다와 바람은 힘도 점점 세어졌습니다. 둘이 씨름하는 소리도 점점 커졌습니다.

“허허, 지구가 제법 활기차기 시작하는군.”

신들은 바다와 바람이 무승부를 할 때마다 땅을  갈라 주고 다시 더 많은 땅에 금을 긋곤 했습니다. 그 후, 점점 바다와 바람의 힘이 세져서 지구가 흔들거렸습니다.

“이러다가 지구가 제 멋대로 굴러가는 것 아니야?”

신들은 바다와 바람이 씨름을 해도 더 이상 땅을 주지 않았습니다. 바다와 바람은 잠시 씨름을 멈췄지만 몸집이 크다보니 운동이 필요했습니다.

“어이, 바람, 오늘 한 판 붙어 볼까?”

“좋지!”

이제 둘이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씨름을 하곤 했습니다.

“쏴아, 철썩, 차르르르”

바다와 바람의 씨름은 신들에게도 볼만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어느 날 바다를 구경하는 한 소년이 쓴 시를 본 신은 깜작 놀랐습니다. 마치 신들이 한 일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바씨 성을 가진

‘바닷물’과 ‘바람’ 형제는

만나면 씨름이다.


쏴아!

서로 힘주며 엉켜 올랐다가

철썩!

들배지기 기술 동시에 넣곤

촤르르!

흰 거품으로 쏟아진다

  

다시 붙자 이번에는

어깨 넘어 던지기다

  

호미걸이, 잡채기, 자반뒤집기…….

씨름 기술 이것저것 다 사용해서

  

쏴아, 철썩, 촤르르

쏴아, 철석, 촤르르

  

바씨 성을 가진 바닷물과 바람 형제는

날로 힘이 세져서

 

바위쯤이야 으깨어 모래 만들지

고래쯤이야 가볍게 멸치 다루듯 하지

항공모함쯤이야 두둥실 나뭇잎처럼 띄우지.




“허허! 소년의 상상력이 바다와 바람처럼 대단하군.”

신들이 마주보며 고개를 주억거렸습니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