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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담론

[김병권 칼럼] 이기와 이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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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1 13:08 1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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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와 이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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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권 

                                                            (수필가·한국문인협회 고문) 





사람을 가리켜 이기적(利己的)인 동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기보다 남을 위해 일을 했을 때 더 큰 보람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도 사람이다. 가령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보거나, 불구덩이에 갇혀 비명을 지르는 사람을 보게 되면 거의 본능적으로 뛰어들어 그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때로는 남을 돕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오히려 자기가 희생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결코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누구나 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의 품성을 지니고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역사에 이름을 남긴 수많은 위인들은 모두가 일신의 영화를 저버리고 오직 남을 위한 삶을 산 사람들이다. 설사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양심의 명령에 따라 측은지심을 실천한 사람이요, 또한 일시적인 전시용이 아니라, 꾸준히 이타(利他)의 삶을 체질화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래서 선한 일을 한 사람은 하늘이 보답한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친구 S는 30 여 년 전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이다. 그는 특별한 기술이나 자본도 없이 젊음과 영어소통의 능력만 믿고 낯선 땅 미국으로 떠났다. 그 때만 해도 뉴저지에는 한국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기 위해 교회를 찾기 시작했다. 조그만 교회에는 이러한 심정으로 찾아온 사람이 꽤 많아 금세 친숙한 사이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신앙생활과 이민생활의 기초를 그 곳에서 닦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서 채소가게를 하는 사람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S에게 그 가게를 인수하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즉시 교회에 가서 여러 사람과 의논한 결과 모두가 찬성하면서 물심양면의 후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인수한 가게는 S의 성실성과 주위 교민들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착실하게 번창해 갔다. 그는 새벽 세 시에 일어나 공판장에서 물건을 실어다가 진열해 놓고 아내와 교대를 하면서 밤늦게까지 억척스럽게 장사를 했다.

그런데 그의 아파트 옆집에는 아프리카계의 흑인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워낙 가난해서 그런지, 항상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그는 동네에 있는 슈퍼마켙에도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새벽마다 집에 돌아올 때, 팔다 남은 채소와 약간의 과일을 비닐봉지에 담아 그 집 문 앞에 놓고 갔다. 그러면서 혹시 오해나 사지 않을까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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